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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문학. 조승연. 2015]


언젠가 모 교수님이 경영학 강의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기업 경영에는 두개의 큰 기둥이 있는데 하나는 회계이고 하나는 법이라고. 기업 경영에 필요한 회계 지식과 법을 숙지하고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말씀이었다. 그 당시 필자는 경영 활동은 커녕 회사 생활도 안해봤으면서, 그 말씀에 상당히 수긍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영에 핵심이 되는 두 영역에 대해 견고한 지식을 쌓으면, 나중에 취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적어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취업 이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신입사원으로서, 그리고 나중엔 관리자로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점은 무엇이었던가?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생 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 동안 필자를 가장 고민하게 했던 건 지식의 측면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내부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즉 타인을 대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조승연 작가의 저서, 『비즈니스 인문학』은 '비즈니스를 한다'의 본질적 의미에 대하여 다시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 '비즈니스'를 검색해 보면, 검은 정장을 말끔히 빼어 입은 사람들이 모여 아이패드로 숫자와 통계 그래프를 서로 쳐다보며 회의를 하는 듯한 이미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 흔히 '비즈니스'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미지들을 스윽 살펴보던 중에, 대부분의 이미지에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나와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세상에 나 혼자 독고다이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타인의 협조를 끌어낼 줄 아는 것이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지녀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 부분을 가장 어려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즈니스의 테두리 안에서 모두의 이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함에 있어, 그 대상을 조직력, 리더쉽, 창의성, 기업윤리, 경쟁력, 고객관리, 그리고 자기관리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들 모두 깨물어 안아플 리 없는 손가락들이다. 서술 방법으로는 관련 영단어의 어원 바탕으로 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채택하고 있다. 본디 인문학이라는 것이 개인이 타인과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들을 재밌는 스토리텔링, 연극, 시, 노래 등으로 전달하는 것이다보니,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재밌게, 그리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도 그렇다. 비즈니스라는 얼핏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여러 옛 이야기를 통해 때로는 부드럽고 가볍게, 때로는 강하고 무게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길게는 수 천년 전, 짧게는 수 백년 전의 이야기지만, 옛날 사람들도 돈을 벌겠다고 바쁘게 동부서주 했던 것은 마찬가지일 터. 그렇게 때문에 우리와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의 짜릿한 성공담과 절절한 실패담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에 깊이 꽂힌다.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영역을 풀어 쓸 수는 없겠지만, 하나 정도는 맛보기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써보려 한다. 여러분은 '카리스마(Charisma)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리더 상이 떠오르는가? 필자의 경우엔 뭔가 무뚝뚝하고, 고뇌에 차있으면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 상이 떠올랐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원래 카리스마(Charisma)라는 단어는 기도로 병을 치료하는, '힐링 능력'을 뜻하는 단어이다. 서양 인문학에서 리더쉽의 정수는 모세의 이야기에 있다고 한다. 모세가 이집트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나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던 여정은 매우 험난 했다. 이에 몇몇 이스라엘 권력자들이 '왜 이집트에서 나름 잘 지내던 우리를 끌고 나와 이 생고생을 시키느냐'며 따졌다. 이에 화가난 하느님이 전염병을 창궐시켜 혼쭐을 내주었는데, 모세와 그를 돕던 아론이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여 전염병을 멈췄다. 이러한 기적(?)을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후에 모세와 아론을 잘 따랐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어로 '카리스'는 축복을 의미하는데, 축복을 내려 병을 치유하는 사람을 '카리스마타'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카리스마는 점차 '사람을 잘 이끄는 능력'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내 아픔을 알아주고 보듬어 주는 사람을 믿고, 의지하고, 따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서번트 리더쉽, 변혁적 리더쉽, 거래적 리더쉽 등 다양한 형태의 리더쉽이 소개되고 있다. 자신의 성향과 조직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 가장 최적화된 리더쉽을 찾아내고 개발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 타인의 입장이 되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점점 심화되는 세대 갈등은 직장 내에서도 만연하며, 윗 세대와 젊은 세대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상실되는 커뮤니케이션 로쓰(Loss)가 상당하다. 이 현상을 아래에서, 그리고 위에서 모두 겪어보니 상대의 아픔을 감지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다라는 가치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회계, 법 등 경영학 공부도 좋지만, 이 책을 두고 두고 읽으면서 내 마음가짐부터 계속 천천히 되짚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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